안녕하십니까, 평택대학교 총장 이동현입니다.
114년 전 이 땅에 뿌려진 한 성자의 눈물과 기도에서,
미국 교회의 출연금 3만 5천 달러를 기반으로 해서,
46년 전 서울에서 평택으로 이전하여,
30년 전 평택대학교로 개명하여 지금에 이르는,
114년이라는 장구한 역사와
평택의 유일한 4년제 대학으로 지역과 함께 희로애락을 겪어온
이곳 평택대학교에서 8대 총장에 이어
다시 한번 9대 총장이라는 숭고한 소명을 마주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3년, 우리는 'PTU 3.0'의 기치를 들고 어둠에서 밝음으로 탈출하여
정상화의 따뜻함을 만끽하였습니다.
PTU 3.0 시대를 개막하여 주신 피어선기념학원 이계안 이사장님과 모든 이사님들, 평택대학교 학생과 교수, 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정장선 시장님과 홍기원, 김현정 국회의원님을 비롯한 내외빈 여러분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오늘부터 시작될 PTU 3.0+의 새로운 3년은, 밝음에서 힘과 에너지를 얻어
다시 어둠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난 3년은 우리 평택대학교가 ‘어둠에서 밝음으로’ 필사적으로 탈출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갈등과 혼란의 터널을 지나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대학을 바로 세우는, 이른바 ‘정상화의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큰 사명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도약(RISE UP)의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내외빈 여러분.
우리 평택대학교의 역사는 한 선교사의 거룩한 죽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11년, 병마와 싸우던 아서 태판 피어선 선교사는 임종 직전 자신의 자녀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유언을 남겼습니다.
"조선에 성경 학교를 세워라. 그곳에서 진리의 등불이 꺼지지 않게 하라."
현재의 구매력 기준으로 최대 400억 원에 달하는 3만 5천 달러의 기부금으로 1912년 서울에 피어선기념성경학원이 세워지게 됩니다.
이는 피어선 선교사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기 위해 바친 '생명의 대가'이자, 오늘의 평택대학교를 존재하게 한 '첫 번째 마중물'이었습니다.
평택대학교는 지난 114년의 긴 역사 속에서 일제 강점기 항거로 폐교가 되는 등 고난과 성장의 역사를 거듭하였습니다. 114년 역사는 평택대학교를 넘어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 선교 역사가 응축된 보물창고와 같습니다. 설립에 기여하신 미국인 선교사를 소환해봅니다.
아서 피어선의 장남으로, '피어선기념위원회'를 조직하고 학교 설립 실무를 이끈 델라번 피어선 (Delavan L. Pierson),
피어선 박사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 피어선기념성경학원을 직접 설립하고 운영한 실천가로서 초대 교장이자 이사장, 또한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대학의 설립자인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Horace G. Underwood),
공동 설립자이자 한국문화와 성경번역의 선구자로서 한국의 가치를 세계에 알린 제임스 스카스 게일 (James S. Gale),
원산 대부흥 운동의 주역이며 초기 피어선 학원의 교수진으로 활동한 로버트 하디 (Robert A. Hardie) 선교사,
평양신학교 설립자이며 한국 신학교육의 아버지인 Samuel Moffett (한국 이름으로 마포삼열) 선교사 등을 떠올려 봅니다.
세상을 변화시킨 위대한 동문들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고아의 아버지'로 불리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한 목포 공생원의 설립자인 윤치호 선생님,
정동제일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하며 한국 기독교계의 거목으로 성장한 김인영 목사님,
조선신학교(현재의 한신대) 설립을 주도한 한국 신학계의 선구적인 학자인 송창근 박사님,
일제 강점기에 신사참배 거부 등 불굴의 신앙을 지키며, 고신 교단과 고신대학교를 설립한 한상동 목사님,
제2의 6·10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사업가인 유재헌 목사님 등을 기억해 봅니다.
114년 전 피어선의 '비전'이 언더우드의 '실천'을 만나 시작되었고, 윤치호의 '봉사'와 유재헌의 '정의'를 품고 오늘날 이 대학으로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1980년 조기흥 전 총장님의 주도로 평택 이전이라는 모험을 감행했고, 1995년 통합 평택시의 개막에 따라 평택 시민들의 호소와 지지에 힘입어 그 이듬해인 1996년 평택대학교 개명이라는 역사의 파고를 넘으며 지역의 대표 대학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평택에 정착한 이후 46년의 시간이 흘렀고, 평택대학교로 개명한지도 3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1980년 평택 용이동에 터를 잡은 이후, 평택대학교가 '피어선'의 이름을 이어오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과정에는 몇 가지 뭉클한 일화들이 숨어 있습니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1985년, 서울 서대문 신문로에 있던 피어선기념성경학원의 본관을 평택 캠퍼스에 원형 그대로 복원해낸 일입니다. 1912년 설립 당시의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옛 모습 그대로를 평택 땅에 다시 세운 것입니다. 1986년 6월 3일, 개관식은 서울의 '피어선'이 평택의 '평택대'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선포하는 이정표였습니다. 우리의 뿌리는 114년 전 서울에 있지만, 그 꽃은 평택에서 피어난 것입니다.
학교의 이름을 '피어선'에서 '평택대학교'로 바꾼 1996년의 결정 또한 큰 의미를 갖습니다. 당시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역사적인 설립자의 이름을 떼는 것이 맞느냐"는 논의도 있었지만, 결국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대학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비전이 승리했습니다. 이는 평택시 최초의 종합대학교로서 지역의 문화와 지성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지금은 캠퍼스를 울창하게 덮고 있는 나무들도 사실 1980년대 초반,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직접 삽을 들고 심었던 묘목들이었습니다. 초기 캠퍼스 조성 당시, "이 나무들이 자랄 때쯤이면 우리 학교가 지역의 큰 기둥이 되어 있을 것"이라며 서로를 격려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와 같은 일화들은 피어선의 전통을 계승하여 평택이라는 지역과 상생하고, 미래로 RISE UP, 일어나서 나아가는 평택대학교를 증명하는 서사입니다. 또한 평택대학교가 학문을 가르치는 곳을 넘어, '하나님이 부여하신 목적(쓰임)'을 가진 공동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지난 몇 년간 심각한 위기에 빠졌습니다. 학내 분규와 구재단의 퇴진 등으로 임시이사 체제에 들어가며 학교의 존립이 의심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 구성원들과 지역의 정치권, 시민단체, 언론 등의 도움으로 두 번에 걸친 4년 간의 임시이사 체제를 종료하고, 2022년 11월 정이사 체제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천석 피어선장학재단 이사장님의 기부가 정이사 체제 전환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럼에도 재정적 적자 상태를 돌파하는 것은 더욱 중대한 난관이었습니다. 이에 우리 대학 구성원들이 투표를 통해 재정기부 방식의 정이사 체제 전환을 선택했고, 마침내 세코 그룹이 재정기탁자로 나서 학교 재정을 정상화시키는 ‘두 번째 마중물’을 부어주었습니다. 세코의 배석두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 결과 재정건전대학으로 자리잡으면서 반도체 부트캠프사업, 라이즈사업,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총 50억원에 가까운 국비가 매년 우리 대학에 지원되는 쾌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경기도와 평택시, 교육부와 산업자원부 등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평택대 가족과 내외귀빈 여러분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습니다. 대학진학 인구의 급감이라는 확정된 사실과 AI 대전환(AX)이라는 거대한 파고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도착하였습니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기치 아래,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하는 교육혁신 정책을 통해 대학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학은 상아탑 안에 갇힌 지식의 전수자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문화를 선도하는 '지역혁신의 허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재임에 임하며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왜 나는 다시 총장을 하려 하는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어느 날 문득 들어 올려 쓰임을 받는 자로서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소명은 시간과 사람, 공간을 이어주는 다리, 즉 브릿지가 되는 것입니다.
114년 전 피어선 선교사가 뿌린 씨앗이, 평택에서 찬란한 꽃을 피우고, 미래의 100년으로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장엄한 다리,
우리가 섬기는 학생들의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단단한 다리,
대학과 지역사회를 연계하고 협력하는 역동적 다리가 되는 것이
제가 총장으로서 짊어져야 할 운명적인 소명입니다.
이제 어둠에서 밝음으로 나온 우리가 따뜻한 힘과 에너지를 동력 삼아,
다시 어둠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학령인구 절벽, 지역과 대학의 협업, AI 시대의 교육혁신이라는 과제를 감당해야 합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어야 합니다. 더욱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도전과 성장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고린도후서 4장 12절은 말합니다. “사망은 우리 안에서 역사하고, 생명은 너희 안에서 역사하느니라”. 총장인 저의 어깨에 놓인 책임의 무게와 헌신이라는 ‘사망의 역사’가 어둠 속에서 치열하게 작동할 때, 비로소 우리 학생들과 지역사회에는 새로운 ‘생명의 역사’가 피어날 것으로 믿습니다. 제가 먼저 어둠으로 들어가 등불이 되겠습니다.
이 같은 저의 소명에 기반하여 저는 우리 대학의 비전을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과 세계 발전에 기여하는 글로컬 혁신대학’으로 설정하였습니다.
또한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RISE UP의 6대 전략을 수립하였습니다.
첫째는 성경・연합・선교의 기독교대학의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피어선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교선연지, 즉 교육, 선교, 연구, 지역연계의 4대 분야에서 피어선 목사님이 소원했던 비전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둘째는 학생이 성장하는 교육성공대학입니다. 대학의 가장 큰 사명은 학생 한 사람의 인생이 변화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평택대에 오길 잘했다"는 말이 학생들의 입에서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지속가능한 혁신대학을 만들겠습니다. 미래 사회의 변화에 맞는 교육・연구・산학협력 등에서 혁신을 이루고, 대학 전 영역에서 AX, 즉 AI 대전환을 추진하겠습니다.
넷째 지역과 세계에 기여하는 상생대학을 만들겠습니다. 평택형 라이즈 사업의 주관기관으로서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나아가 평택에서 경기도를 거쳐 세계와 연결되는 가치 창출의 허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반도체, 미래자동차, 수소경제, 스마트물류, 평화안보 등에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겠습니다.
다섯째 조직의 재정과 역량, 운영과 문화를 고도화하는 도약대학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이 존속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제도적, 운영적, 문화적 인프라와 역량을 끝없이 고도화해야 합니다. 우리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필수적입니다.
마지막 여섯째는 Data, AI, SECO를 잇는 DAS 전략을 통해 다른 모든 것을 더하고 증폭하는 플러스대학을 만들겠습니다. Data와 AI라는 날개(Tech)와 SECO라는 강력한 동맹을 더해 모든 전략을 증폭(Amplify)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평택대학교 가족 여러분!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바다를 내려다보는 묘지>를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바람이 일어난다! … 살아야겠다.”
묘지의 죽은 사람들은 고통도 없고 욕망도 없고 생각도 없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완전한 평온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완전한 무(無)이고 삶의 부재입니다. 정적인 묘지와 달리 바다가 움직입니다. 그리고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시인은 결론을 내립니다. 죽음의 평온보다 삶의 불안이 더 가치 있다고.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삶은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고.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화의 바람이 부는 시대에 우리는 미래를 향해 살아가야 합니다.
이계안 이사장님께서 얼마 전 3.1절 기념예배에서 하신 설교를 반복합니다.
“Hic Rhodus, hic salta!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
이솝우화에서 한 남자가 여행을 다녀와서 로도스 섬에서 운동 경기를 했을 때, 어마어마한 높이로 뛰었다고 허풍을 떨었습니다. 이를 듣던 사람들이 "로도스 섬 같은 건 필요 없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라며 그를 다그치는 장면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같은 메시지가 주어져 있습니다. 바로 지금, 바로 여기,
평택대학교가 우리의 로도스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배우고 도전하며 미래를 만들어야 합니다.
학생들과 교수님, 직원선생님, 그리고 평택시장님과 시민들에게 당부드립니다.
이곳이 바로 대학입니다. 평택대학교가 바로 우리의 로도스입니다.
교수는 가르치고, 직원은 섬기며,
학생은 배우고 꿈을 키웁니다.
시민과 도시, 기업과 동문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곳,
바로 평택대학교입니다.
바람이 붑니다.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이곳이 바로 로도스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위대함을 증명합시다!
어둠을 밝히고, 더 큰 밝음으로 전진합시다!
감사합니다.
2026년 3월 18일
평택대학교 총장 이동현